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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조각 3 : 삼위일체
Oct 10, 2018
8 minutes read
* 주변인들이 겪은 일들을 재구성하여 집필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앞서 설명된 수입 모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이들은 모두 발발 뛰어서 얻어지는 이익이다. 연구 실적을 더 내야 하거나 과제를 더 수행해야 하는 등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하는 만큼만 얻어지는 수입인 것이다. 그래서 연구와 과제 이 두 가지로 는 수입을 끌어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정도 가지고는 강남의 집 한 채를 마련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1 분명 아직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나는 의 사무실을 들르고 나서 의 원대한 계획을 알아채고 말았으니…

“오 이런, 기어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구실에 들어오며 한탄하는 나를 랩 사람들이 본다. 겁난 표정으로 다시 입을 뗀다.

“여러분… 교수님이 벤처를 준비하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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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란 무엇인가. 아니, 정확히는 ‘대학원에서 벤처란 무엇인가.’로 질문을 해야 한다.

우선 왜 벤처를 하려하는가.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연구가 세계 최고의 학회에 출판되는데, 그러면 자신이 이 분야의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질 것이고, 그만큼 자신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할지어니, 당연히 이걸 갖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또한 자신이 과제를 해보니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어느 정도 알 거 같고, 바라보기에는 참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니, 이들에게 돈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하고 마는게 나아 보인다. 거기다 서울대에서도 벤처를 시작할 때 교내에 사무실을 지원해주기까지 하니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23

솔직히 여기까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하는 게 무슨 죄는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벤처 운영을 랩 운영 하듯이 한다는 것에 있다.

1. 업무의 분담

벤처라지만 교수가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자신들에게 있어 일하는 존재는 대학원생이 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는 단지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이 한 것을 보고 평가만 하면 된다. 매주 혹은 격주로 미팅을 진행하면서 실적을 보고 받고 잘 안되면 이에 대해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교수가 보기에는 벤처가 곧 연구고 연구가 곧 벤처인 것이다. 왜냐하면 벤처를 준비하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면 논문을 쓰는 것이고, 그 결과로 다시 벤처를 하는 것이니 그 경계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연구지도를 하듯이 벤처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연구인지 개발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 속에서 업무만 늘어가게 된다.

2. 지분의 분배

벤처를 위해 모인 사람이 제일 첫 번째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동아리 프로젝트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모인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바로 ‘지분의 분배’이다. 이 문제로 얼마나 많은 팀이 싸우고 결국 팀이 해체되어버리는가.

하지만 이들의 사업에는 지분의 분배가 없다. 정확히는 지분에 대한 이슈에 대해 언급이 되지를 못한다. 이미 앞서 말한 업무의 분담에서부터 위아래가 형성되어버리지 않았는가. 대학원생이 감히 높으신 교수한테 지분을 분배를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저 교수가 은혜롭게 ‘많이 챙겨줄게’라는 식의 약속만이 있을 뿐이다.

3. 인건비

지분도 없으니 그러면 일을 시킨 만큼 당연히 받는 것도 늘어나야 한다. 지분도 명확하지 않은 마당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큼 빡치는가. 하지만 대학원생은 이미 자신에게 수당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일이 잘되면 ‘많이 챙겨주기’로 했으니, 더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지 않은가. 소의를 희생은 필수 불가결이다.

4. 일감 몰아주기

과제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연구실과 업체가 여럿 참여해서 수행하게 된다. 특히 정부 과제가 이러한 데, 대충 예를 들면 5년 동안 몇십억 정도의 과제비가 집행된다. 그러면 이제 얼마만큼 과제비를 자신에게 끌어올 수 있느냐다. 하지만 한 교수당 한 연구실밖에 운영을 못 하니 배당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

아, 하지만 나에게는 회사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연구실에 지원하는 과제비와 회사에 지원하는 과제비 풀이 따로 책정되어있지 않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아니면 각기 다른 소과제4에 참여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어차피 회사 일은 대학원생이 하는 거고,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는 어차피 고정이니, 그럼 내 수입이 두 배가 되는 것 아닌가. 거기다 회사의 실적까지 올려주게 되니 꿩먹고 알먹고가 아닌가.

이쯤 되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니, 대학원생들은 바보인가. 어떻게 저런 상황을 받아들이는가.’

이 불균형을 가능하게 만드는 무게추는 어디에 있는가.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바로 ‘학위 권력’에 있는 것이다. 학위에 대한 그들의 절박함이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행여나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 무슨 일이 있겠는가. 무슨 대기업처럼 회장과 사원도 아니고 매일 혹은 매주 마주하는 교수와 싸움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너무도 뻔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가. 고통… 파괴… 망가…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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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벤처와 스타트업에 관한 책들을 보고 나서 나는 겁을 먹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가 랩 구성원들에게 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나한테 이런 상황이 온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몇몇 랩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5 그들과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종합하면서 몇몇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 사업 아이템

우선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가.

누군가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무슨 사업인지가 궁금할 것이다. 비록 이 글에서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어느 아이템이든 잘 될 가능성이 있기에.

하지만 방점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 사업의 아이템은 저번 학기에 진행했던 과제의 주제와 동일한 것이다. 과제를 수주한 업체와 협력하면서 주고받은 정보들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이 산업 스파이와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보통 회사와 계약할 때 1~2년 정도 회사의 중요한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못 하게 하는데 그런 사항이 없었단 말인가.

이후에 듣게 되었지만 과제를 수주했던 회사가 과제 기간이 끝나고 나서 다시 과제를 하고 싶어 했는데, 는 일절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과제를 수행했던 대학원생에게도 연락해서 답이 없다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바쁘셔서 답을 못하시는 거 같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 누가 일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누가 이 일을 하게 되는가.

우선은 기존에 해당 과제를 했던 사람들은 빼박 당첨이다. 추가업무 당첨! 그런데 이들만으로는 사람이 부족하다. 그래서 오로지 이 일을 위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그냥 사람을 뽑아서 일을 시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최저 임금만 줘도 200만 원은 족히 드는데 에게 있어 이는 너무 큰 돈인 것이다. 그래서 는 그들을 생각하여 또 한 번 돈독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바로 사람을 연구실 인턴으로 뽑는 것이다. 이러면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지킬 필요가 없다.6

아니, 사업을 함께 준비하는 일종의 co founder인데 인턴인 것이다! 이러면 나중에 지분 주장을 할 근거도 약해진다.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연구실 인턴을 한 것뿐이라 할 수 있게 때문이다. 거기에 지분 계약을 할 리가 있겠는가. 또한 같은 사업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마치 대학원생과 미팅하듯 상명하복의 구조를 가지면서 진행할 것이 너무도 뻔하다.

나는 가 보나 마나 ‘세계 최고의 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과 같이 일할 수 있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면 오히려 은혜롭게 생각하라고 할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들어온 사람을 6개월 후에 평가하고 다시 계약할지를 판단하겠다고 하니 입장이 너무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 아닌가. 성공하고픈 마음이 급해도 너무 급하구나.

이러한 사고와 행동에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아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랩 구성원 중 한 명이 에게 왜 사업을 하시느냐에 관해 물었을 때 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으니, 내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처럼 이 분야에 세계 최고를 찍은 사람이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오오…… 인류애가 느껴진다.

연구과제 그리고 사업.
삼위일체가 여기 있노라. 7


  1. 는 왕왕 강남의 집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곤 하였다. [return]
  2. 물론 그에 대한 대가로 벤처에 대한 소정의 지분을 서울대가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대가 벤처에 투자한 것에 대해 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보면 되겠다. 하지만 는 소정의 지분마저 서울대에 주는 게 아까워 학교와 대립각을 세우고 기어코 학교에 지분을 내주지 않았다. [return]
  3. 당장에 서울대 공대 교수 중에 사업을 운영하는 곳을 찾아보라. 크고 작은 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많을 것이다. 사업을 안 하는 교수들에게 물어보라. 사업을 할 생각이 있냐고. 오히려 사업에 생각이 없다고 하는 교수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return]
  4. 과제에서 해결하는 문제가 너무 커서 회사와 연구실이 문제를 쪼개어서 파트를 나누어서 작업한다. [return]
  5. 이런 거 알면 빨리빨리 말 좀 해주란 말이야… [return]
  6. 최저임금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모르지만, 연구실 인턴 중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근로자라고 보기 어려워서 근로기준법에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return]
  7. 걸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사업을 생각하는 교수의 롤 모델이 여기 있다. https://news.v.daum.net/v/20180907175604368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