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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조각 마지막 : 너에게 닿기를
Oct 10, 2018
6 minutes read
* 주변인들이 겪은 일들을 재구성하여 집필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아쉽겠지만? 그의 돈독함에 대한 일화는 이정도에서 마치겠다.

비록 내 기억과 메모장에 남은 이야기들이 아직 산재해 있지만, 의 돈독함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되었다고 본다. 애초에 의 돈에 관한 사고와 행동의 기원은 의 돈독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어차피 의 행동을 일일이 기억할 것도, 쫓아다닐 것도 없다. 의 돈독한 가치관만 이해한다면, 어떠한 상황이든 간에 가 할 행동을 우리는 이제 알 수 있다. 남은 주제를 좀 언급하자면 ‘교육 세미나’, ‘과제 청탁’, ‘참여율 조작’ 등이 있지만 대충 어떤 식이 되었을지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욕망의 항아리’를 마무리 지을까 고민하다가 내 어렸을 적 일화로 소개하는 것으로 마치기로 했다. 1년 반을 함께하면서 의 행동과 생각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었고,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기회가 되었다면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아 이렇게나마 글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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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 때, 포트리스라는 게임이 유행했다.1 간단하게 게임을 설명하면 ‘팀을 맺어 턴제로 탱크를 컨트롤하며 상대 팀 탱크를 부수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급은 아니지만, 한때 국민 게임이었다. 7, 8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플레이해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임을 더 잘 플레이하기 위한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더블 샷’, ‘파워 업’ 등 같은 아이템은 공격력을 높여주고, ‘에너지 업’ 같은 건 탱크의 수명을 좀 더 늘려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은 게임 머니로 구매가 가능한데, 게임 머니는 승리했을 때 얻어지는 ‘전리품’ 식으로 얻는다.

그런데 나는 게임 머니라는 것에 집착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돈이 없어서 아이템을 못사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우선 목돈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300만을 모으기로 했다. 아니, 어렸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건지…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게임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1. 어느 게임에서도 아이템을 쓰지 않는다. 그러면 게임에서 져도 아이템을 쓰지 않았으니 잃는 게 없다.
  2. 게임에서 간간이 생성되는 아이템2을 받으면 쓰지 않고 상점에 판다.

혹자는 그러면 노템전3을 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노템전은 게임에서 승리를 해도 받는 상금이 극히 적었다. 그리고 노템전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아이템을 가져가 팔아도 실제 아이템 값의 반값으로 밖에 팔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너무 낮았다. 그에 비해 아템전은 유저들이 아이템을 쓴 만큼 판돈이 올라가기 때문에 승리했을 때에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아템전에서 혼자 노템전 하듯이 게임을 하면서 이기면 좋고 지면 말고 식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게임 머니를 잃는 경우는 없고 쌓이는 경우만 있으니 이 얼마나 완벽한가! 그렇게 나는 우리 팀이 게임에서 지든 말든 아이템을 쓰지 않고, 아이템 받은 족족 팔고, 채팅창에서 왜 게임을 이길 수 있는데도 아이템을 안 쓰냐고 욕을 하든 말든 채팅창을 무시하거나 꺼 놓으면서 주구장창 판 돌리기만 하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300만 머니를 처음 달성했을 때의 나는 얼마나 기뻤던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300만이 막상 모이고 나니 나에게 300만은 이제 0과 같았다. 300만이 깨져 299만으로 찍히는 것이 두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좀만 더 모아야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나는 500만을 모았다.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다시금 500만이 깨지는 것일 두려워져 버린 것이다. 이젠 500만이 나에게 다시 0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게임 내의 유저 계급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게임은 어느덧 즐기는 것이 아닌 그저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게임 머니를 갈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돈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했다. 돈이 나의 목표였고 돈이 이 게임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다음 목표인 1000만을 위해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형이 나한테 한마디 했다.

“야.”
“왜.”
“이게 뭐 하는 거냐?”
“게임하잖아.”

“으이구 멍청아, 이게 게임을 하는 거냐. 내가 보기엔 그냥 또라이 짓인데. 이게 현실 돈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가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4, 그냥 돈 모으는 것에만 집착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더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이건 그냥 치사하게 버는 거잖아.”
“아니 이게 왜 치사해.”

“그럼 노템전만 하던가. 아템전에서 네 돈은 쓰기 싫으면서 남이 돈 쓰는 것만 바라면서 어떻게든 얻어 탈려고 하는 거잖아. 이건 팀플레이가 아니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거야. 상대방은 게임의 승리를 위해 투자하고 열심히 하는데 너는 그냥 그들로부터 일종의 착취를 하는 셈이야. 그리고 게임의 의도와 맞게 플레이를 해야지. 이러는 건 게임을 존중하지도 않는 거야.”
“그래도 나를 막을 수는 없는걸?”

“맞아. 그리고 거기서 바로 너의 성격과 인격이 나오는 거야. 너한테도 그런 사람들 있잖아? 치사하지만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들. 그렇지만 너는 그들과 함께해서는 안 된다거나 아니면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러니 네 아이디만 보면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실제로 너 한 판만 끝나도 자주 강퇴 당하잖아? ㅋㅋㅋ 너만 모르지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거야. 몰랐던 거야? 설마 네 플레이 방식이 네가 똑똑해서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나는 모종의 이유로 방폭이 되는 나가게 된 줄 알았는데, 그들을 이미 나의 게임 방식을 알아채고 나를 내쫓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나였다.

게임창 안의 700만이라는 숫자가 부끄러워졌다.

 욕망의 항아리 끝.


  1. 대략적인 플레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xCtQK-7mxE [return]
  2. 게임 도중 헬리콥터가 군수물자 개념으로 아아템을 떨어뜨려 준다. [return]
  3. 노 아이템 전. 아이템을 쓰지 않는 게임 판을 말한다. 아이템 빨이 아닌 순수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기 위한 것으로 마니아 층을 위한 것이다. [return]
  4. 그 때 당시 나는 금별이었다.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