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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조각 1 : 벼룩의 간
Oct 10, 2018
7 minutes read
* 주변인들이 겪은 일들을 재구성하여 집필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의 돈독함은 굳이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누구든 의 돈독함을 경험하면 타인에게 전도하지 않고서는 몸이 배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A씨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연구실로 들어왔다.

“어우, 진짜 벼룩의 간1을 빼먹지.”

다들 놀라는 표정으로 A씨를 바라보았다. 뒤이어 동행했던 B씨가 멋쩍은 웃음을 지며 따라 들어왔다. A씨와 B씨는 같이 판교 쪽으로 외부 출장을 갔다 온 터였다.

여기서 외부 출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랩에서 외부 출장을 간다는 것은 보통 과제 미팅을 의미한다. 과제 진행 상황 보고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종종 과제를 수주한 회사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외부로 출장 갈 때는 교통비와 식비 두 가지 항목으로 출장비를 받을 수가 있다. 교통비는 최대 3만 원2, 식비는 최대 2만 원을 책정할 수 있으니, 출장을 한 번 갈 때마다 최대 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출장비는 과제비에 측정된 비용에서 나가게 되어있다. 다시 말해 해당 용도로만 사용했을 때 지출되는 항목이며, 안 쓰면 과제 종료 시에 사라지게 된다.

물론 과제를 수행하면서 발행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응당 받는 것이지만 끽해봐야 5만 원정도인 이 금액도 대학원생들에게는 이런 한 두 푼이 꽤 중요하다. 한 달 생활 비용이 그리 넉넉하지 상황에서 나갔다 올 때마다 몇만 원씩 비용이 든다면 너무 고달프지 않겠는가. 또한 그렇게 한 두 푼 아껴서 고기라도 한 번 더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러한 교통비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있으니, 이 얼마나 고달픈가.3

A씨가 자리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털썩 앉는다. 딱 봐도 이건 분명 의 돈독함을 영접하고 온 모습이다. 그렇다. 전도 받을 시간이다. 의례적으로 내가 물어본다.

“A씨, 무슨 일이에요?”
“아니… 식비를 주지 않은 것까지도 좋은데, 그렇다고 택시비를 우리가 내게 하는 것은 또 뭘까요?”

“택시비?”
“글쎄… 저랑 B씨가 이번에 판교로 교수님이랑 택시를 타고 갔거든요. 근데 가는 비용을 저보고 내라고 한 거예요. 그래, 가는 건 학생들이 내고 오는 건 교수님이 내면 그래도 더치페이 식으로 되는 거니까 느낌이 쎄 했지만 우선 그러려니 했어요.”

“아니, 그러려니 했다니! 교수님을 뭐로 보고!”
“그리고 오는 길에도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왔는데 그 비용은 또 B씨에게 내라고 한 거 있죠? 아니 이게 뭐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그런 거나 하면 알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조수석에 앉아서는 직접 B씨에게 내라고 말하는 거 있죠? 아, 웬일로 택시를 타고 가나 했어. 그때부터 알아채야 했는데.”

“그러니까 자신이 출장에 드는 비용을 학생들이 받은 교통비로 해결한 거군요. 근데 교수님은 교통비를 안 받나요?”
“아니요, 당연히 받죠.”

“허허… 그래서 2명을 동행한 건가. 그래서 남는 돈은 있었나요?”
“이런 시간에 판교까지 택시 타고 가면 2만 원 넘게 나와서 남는 게 없습니다.”

“아하. 그러면 교수님은 3만 원 버신 거네?!”

여기저기 웃픈 탄식이 터져 나왔다. 5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이토록 많은 이들을 탄식하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는 자신보다 돈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단돈 3만 원에도 팔 수 있는 것이다.

시작이 어려울 뿐, 이 시점을 이후로 는 같이 출장을 갈 때마다 계속 학생들에게 택시비를 내게 하였다. 그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모르겠다. 장어나 사 먹으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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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돈독함은 한국정보과학회에서 주관하는 어느 한 학술대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4

좀 미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다른 국제학회에 떨어져서 더는 내기 어려워졌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학회 중 하나이다.5 학회 비용도 저렴한 편이고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고 참가를 권유하니6 많은 국내 대학과 회사들이 참여한다. 그래서 학술적인 이유보다는 오히려 네트워킹에 좀 더 의미가 있고, 많은 랩이 이 학회를 MT를 간다는 식으로 여긴다. 그리고 학회 내에서는 초청 강연, 튜토리얼, 워크샵, 논문발표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회의 특성상 여러 세션이 동시에 운영되기 때문에 학회 내 모든 것에 참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7

이렇게까지 왜 학회에 관해서 설명하느냐… 바로 이 학술대회에서 여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튜토리얼까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튜토리얼은 새로운 주제에 장벽을 느낄만한 연구자를 위해 일종의 맛보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통 연구자들은 자신의 분야가 다른 분야에 접목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마냥 튜토리얼을 개설하면 땜질식으로 하고 구색 갖추기의 튜토리얼이 될 수 있다. 강사가 최근 연구가 아닌 오래된 주제로 발표를 하면 날로 먹는 강의가 되어버리니 곤란하다. 그래서 주관하는 측에서는 이런 잘못된 방식을 방지하고, 더 좋은 퀄리티의 튜토리얼을 증진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1. 튜토리얼을 개설하여도 일정 이상 참가자 수가 확보되어야 열릴 것. 일종의 참가자 수에 대한 게런티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2. 참가하는 사람 수 만큼 곱하여 인센티브8를 제공할 것. 다른 말로 ‘(참가 인원 수) × (인센티브)’만큼의 보너스 수익이 강사에게 지급한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겠는가. 바로 자신의 학생들에게 자신이 여는 튜토리얼을 듣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5명이 들으면 50만 원, 7명이 들으면 70만 원, 시쳇말로 ‘개꿀’ 아니겠는가. 그럼 이제 튜토리얼에 쓰일 발표자료는 같이 가는 대학원생을 시켜서 만들게 하고, 나는 가서 읽기만 하면… PROFIT!

그렇게 대학원생들은 자리 채우기 식으로 가서 앉아 자신이 만든 자료를 발표를 바라보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것의 의미를 톡톡히 알게 된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사연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아까 MT 겸 가는 학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그건 바로 술자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는 MT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이 술자리를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술도 사야 하고 안주도 사야 하고 이래저래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준비하는 일에는 그 어떠한 자금 지원이 없었으니,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각출하여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다들 최소한으로 돈을 내려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 30 안팎의 사람들이 뭐 좋다고 MT에서처럼 술자리에 과자 부스러기 먹으면서 놀고 싶겠는가. 그것도 자기 돈으로.

그러하니 가 들어오면서 던진 ‘이것밖에 준비 못 했냐’는 한 마디 사람들은 어이가 없고 허탈할 만하다. 학생들이 자신이 듣고 싶은 튜토리얼을 듣지 않으면서까지 본인의 튜토리얼 인원수 채워주고, 그에 따른 보너스까지 챙겨줄 수 있게 해주었건만, 에게 있어 그건 너무도 당연하고 원래 그렇고 그래야만 했던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렇게 학회에서 돈도 벌고,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에게는 참으로 돈독한 날이었으리라.


  1. 사실 벼룩은 간이 없다… [return]
  2.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시외로 나가는 경우와 시내로 나가는 경우 등 여러 기준이 마련되어있다. [return]
  3. 교통비나 식비는 먹은 만큼 내는 것이 아닌 갔다온것을 증명했을 시에 받는 것이기 떄문에 저렴하게 갔다올수록 그만큼 돈이 남는다. 말 그대로 출장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return]
  4. 한국정보과학회는 여러 학술행사를 주관한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turn]
  5. 국내학회의 취급이 보통 이렇다. 지금까지 연구한 건 아까우니 버릴 수는 없고, 이렇게라도 해야 논문 실적에 올릴 수라도 있기 때문이다. [return]
  6. 다른 말로 지원금이 나온다는 거다. [return]
  7. 예를들어 워크샵의 경우 주제1주제2가 같은 시간에 동시에 진행된다. [return]
  8. 대략 10만원 정도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