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전문위윈회 카톡방에 다음과 같은 사설이 공유되었다. [사설] "총장 선거 때마다 피멍 든다"는 서울대, 더 방치해선 안 된다. 그전에 카톡방에 기사에 언급된 "경고성 성명"도 올라왔는데 위 사설은 그 성명서를 보고 익명의 사람이 기고한 것이다. 추측하기로는 성명서를 작성하고 사설도 쓴거 같은데, 이는 이슈를 만들고 이슈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더 이슈화 시키는 방법을 쓴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용이 상당히 안타깝다.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가치관들이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기사의 문단 하나하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교직원·학생·부설학교 교원 등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 투표 결과는 총장 선거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투표 결과에 따라 후보 다섯 명 중 세 명이 1차 후보로 선출된다. 대학 이사회가 이 중 한 명을 총장 후보로 교육부에 올리지만, 다득표자가 유력한 총장 후보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총장 후보들이 이익단체들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이게 절대적인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한다. 현재 5명의 예비후보가 있고, 정책 평가단과 총장추천위원회가 3:1 의 비율로 최종 3명의 후보를 선출한다. 여기까지보면 정책평가단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근데 우리는 이 과정의 전과 후를 봐야한다. 총장 후보 대상자 10명 중 5명을 선출한 것은 총장추천위원회다. 그리고 3명의 후보를 선출한 다음 이사회에서 기존의 점수와 무관하게 최종 후보 한 명을 선출한다. 절대적이라고 얘기하고 싶으면 5월 10일의 선거 결과로 바로 최종 후보가 되는 경우여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유력한 총장 후보랑 이익 단체들을 언급했는데, 이는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휘둘린다니... 학교 구성원 대다수는 학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더할 수 있는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걸 휘둘린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우리를 어떻게 보아왔는지 그리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무시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방증이다.
서울대 교직원 노조, 학생회, 특정 학과 교수회 등은 총장 후보들에게 학과 구조조정 철폐 등 자신들의 숙원 사업을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상대 후보들에 대한 투서와 비방도 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학 혁신 등 서울대의 시급한 거시적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신임 총장도 공약을 지키느라 개혁보다 복지에 신경을 더 써야 할 판이다. “총장 선거 때마다 대학이 피멍 든다”는 개탄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총장은 이들의 의견을 들어 수렴하여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발전 할 수 있는 형태로 이끌어 가는 것이 맞다. 파벌 간 갈등이나 글에 언급된 문제들 역시 들야다 보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리고 복지 또한 개혁의 일부여야한다. 왜 이 둘을 갈라놓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자신이 과잉 복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당신에게 속한 대학원 생에게 좀 나눠주길 바란다. "총장 선개 때마다 대학이 피멍 든다"... 제발 혼자 투표 아포칼립스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적인 대학 중 교수나 직원들이 총장을 직접 뽑는 곳은 거의 없다. 대학 이사회가 적임자를 선임한다. 성과가 나쁘지 않을 경우 총장을 연임시킨다. 2016년 퇴임한 존 헤네시 전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은 16년이나 재임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학을 발전시켰다. 학내 구성원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1975년 이후 연임 사례가 없는 서울대의 사실상 4년제 단임(單任) 총장 시스템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 연임 제도는 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학을 언급하기 전에 세계 대학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기를 바란다. 왜 기고자가 말하는 위기?가 왔는지 말이다. 투표 제도라는 것 하나만 가져와서 세계적인 대학들과 바로 비교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대학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을 ‘정치판화’하는 총장 선거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서울대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총장 선거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학생 선발과 대학 운영에 자율권을 돌려주는 ‘특단의 대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져서 아쉬워 하는 부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정치판을 원인으로 말 하기에는 너무 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정치판이라는 것은 만들어진다. 그건 사회가 형성되고 생기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는 정치판이 옳지 않게 흘러가는 것인데, 이를 위한 논거가 그닥 있는거 같지 않다. 여기에 정부는 왜 껴 넣는지 모르겠다. 기승전정부라니..
그대가 생각하는 위기에 대한 충분한 자려와 그대가 원하는 특단의 조치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방향에 대해 알려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정책평가단의 "민원"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드러나는 것이 싫을 뿐이고, 이러한 사태의 변화가 앞으로 자신에게 올 일감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하시고, 본인 앞에 쌓여 있는 문서들부터 하나하나 읽어보고 현명한 방법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